대한민국의 대외무상협력사업 전담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 이미경)의 개도국 무상원조 용역 사업자를 선정하는 입찰 과정에 평가위원 평가규정 위반 및 평가절차상 의혹이 제기됐다

코이카(KOICA)는 지난 7월16일 ‘방글라데시 소방방재 역량 강화 사업 시스템 개발 및 기자재 공급 용역’에 관한 입찰을 공고(P2019-00099-1)했다.

이 입찰에는 A, B, C 주식회사 모두 3개 기업이 참여했다. 코이카는 지난 9월18일 응찰 기업에 대한 기술평가를 실시한 후 지난 9월20일 우선협상대상자 1순위, 2순위 기업에 통보했다.

A기업은 9월23일 ‘코이카 국민소통센터’에 기술평가위원으로 참여한 J주임의 ‘제안에 없는 사항 요구, 제안 발표자 PM에 대한 모욕 등’ 평가위원의 평가규정 위반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또 같은 날 ▲입찰에 참여한 3개 기업 컨소시엄에 대한 제안 발표 녹취록 ▲평가위원 개인별 평가 점수 ▲평가위원의 평가시 의견서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이어 9월28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했고 9월30일 국민권익위원회 기업민원팀과 면담, 10월2일 국민권익위원회 진정서조사팀에 진정이 배당됐다. 또 9월29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계약이행금지가처분을 접수했다.

코이카의 기술평가지침 평가위원 유의사항에 의하면 평가위원은 ▲평가장 분위기를 리드하려 말아야 한다 ▲표정으로 찬성반대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평가점수로 한다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거나 과시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미루어 짐작하거나 축소 확대 해석을 하지 말아야 한다 ▲정답이나 오답을 유도하지 말아야 한다 ▲편가르기식 언행을 삼가해야 한다 ▲옳고 그름을 언행으로 가리지 말고 평가점수로 한다 ▲평가대상 기업 측에 면박이나 무안을 주지 말아야 한다 ▲제안서의 잘못된 부분은 평가로 표현하고 지적하거나 고치려 하지 않아야 한다 등이다.

코이카에서는 기술평가 전에 평가위원들을 상대로 위와 같은 유의사항에 대해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할 정도로 위 규정을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다. 그런데 평가과정에서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J주임은 위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A기업은 코이카에게 평가 당일 현장을 녹음한 녹취서와 평가위원들의 세부점수 및 제안서 등을 제출해 줄 것을 정보공개청구했으나 코이카는 평가 현장을 녹음하지 않고 있으며 제안서는 파기했기 때문에 보여 줄 수 없다고 회신했다.

위와 같은 코이카의 태도로 인해 A기업은 본 건 입찰의 투명성 및 공정성의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고, 현재는 기술평가시 평가위원의 평가규정 위반 및 평가절차상 문제뿐만 아니라,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업체의 ‘제안규격 누락’ 등도 의심이 간다고 한다.

A기업은 “자신들이 우선협상자가 되는지는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며 “본 건 평가과정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과 그 이후 코이카 측에서 보여준 의혹을 더욱 키우는 업무처리 때문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라며 “특히 본 건 사업은 대외무상원조 형식으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업체의 실적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적 신인도도 걸려 있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의혹이 있는 부분은 해소하고 가야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코이카 박상진 홍보실장은 세이프투데이 기자와 만나 A기업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응찰에 참여한 3개 기업의 입찰제안서는 자체 규정에 의해 파기했기 때문에 없는 상태이고 기술평가장에서 평가위원들의 질문과 답변에 대한 녹취도 자체 규정에 의해 녹취 자체를 진행하지 않는다”며 “A기업의 주장은 주장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J주임도 세이프투데이 기자와 만나 “기술평가 평가위원으로는 참여했지만 비밀 준수 서약을 했기 때문에 입찰과 관련해 어떤 이야기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의혹을 제기한 A기업 한 담당자는 “우선협상대상자 1순위, 2순위가 선정됐으면 응찰 당시 제안서를 기반으로 사업계약 절차 등을 협의할 텐데 1순위와 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안서를 파기했다는 것을 수많은 정부 관련 사업을 했는 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정보공개를 요청하면 심사위원 이름이나 제안서에 기업비밀 부부만 삭제하고 공개하면 쉽게 의혹이 해소될 텐데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4년 4월21일 경 코이카의 대외무상원조 지원 사업규모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각종 대외무상원조사업 입찰과정에서 비리의혹이 제기되고, 부실한 사전・사후관리로 국가 신뢰도 저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코이카 무상원조사업 계약체결 과정의 투명성 제고” 권고안(의안번호 제2014-112호)에서 사업선정 및 입찰·계약 과정에서 불공정요인 제거, 계약심의・평가의 공정성 제고, 납품검사 및 관리・감독강화 등을 권고하기도 했다.

대외무상원조를 전담하는 코이카의 경우 기술을 담당하는 전문가가 부족하다보니 외부 전문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기술평가에 대해서도 외부 평가기관을 통해 확인을 받고 계약을 체결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으므로, 대외무상원조를 주업무로 하는 코이카 자체 내에서 기술적인 부분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와 같은 분쟁을 사전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기술평과과정을 녹음하거나 아니면 다른 수단을 통해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이고 또한 공개로 인해 문제가 될 만한 정보는 삭제하거나 가리는 등으로 비공개하고 나머지 정보는 공개해야만 공정성 시비로부터 자유롭지 않을까 한다.

조달청은 2019년 5월28일 경 기술형 입찰 설계심의 때 평가사유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도록 하고, 설계심의의 공종별 토의과정과 녹취 자료, 기술검토서 등을 전면 공개하기로 하는 ‘기술형입찰 설계심의 제도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코이카는 대한민국과 개발도상 국가와의 우호협력 및 교류를 증진시키고 이들 국가의 경제・사회발전을 지원하는 기관으로서 국가의 신뢰와 연관되는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위와 같은 조달청의 조치에 귀기울여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세이프투데이 윤성규 기자(sky@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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