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독일에 가서 교통사고 현장을 보고 무심코 스마트폰을 들고 촬영을 했다가는 징역형에 처할 수 있으니 독일을 여행하는 사람은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 11월13일 독일 연방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사고현장 등에서 사망한 사람을 촬영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처벌하기로 의결했다고 독일 DPA 통신이 보도했다.

▲ 교통사고 현장에 구경꾼 촬영가림막 설치사례(출처 DPA)

최근 스마트폰의 보급이 급속히 확대되고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과 SNS 플랫폼이 다양화되면서 교통사고 등 구조현장에서 무분별하게 촬영을 하려는 구경꾼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로 인해 구조활동에 지장을 주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이것이 독일에서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돼 왔다.

▲ 구급차로 이동하는 환자를 가리는 대원들(출처 분스토르프 소방대)

급기야 독일소방에서는 사고현장에서 구조작업을 할 때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몰려드는 구경꾼들로부터 사상자의 촬영을 차단하기 위해 구조작업에 앞서 가림막부터 설치해야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각 소방대마다 “사고현장에서 촬영을 하지 말아 달라”는 다양한 방식의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지만 사고현장 촬영문제의 심각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 가림막을 설치하고 교통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소방대(Neue.at)

그러자 연방정부에서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결국 강력한 처벌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특히 연방법무 장관 크리스틴 람브레히트는 “사고나 범죄에 의해 사망한 사람을 단지 SNS에 올려 ‘좋아요’나 ‘댓글’을 받기 위해 영상을 촬영하는 것은 역겹고 인간의 기본적인 예의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맹비난하며 이러한 행위의 처벌강화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그동안 이러한 행위를 처벌하지 못한 이유는 현행 관련 법률의 처벌대상이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촬영행위로 한정했기 때문이었는데, 새로운 법률에 의해 앞으로는 죽은 사람에 대한 촬영행위에 대해서도 처벌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아직 연방의회의 법안통과 절차가 남아있지만 법안에서는 사고현장 촬영행위는 벌금을 물거나 최대 징역 2년의 형벌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 독일 연방정부 국무회의(출처 dw.com)

만약 독일에 여행을 갔을 때 사고현장을 무심코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가는 징역형까지 처해질 수 있다. 만약 사고현장을 봤다면 못 본 척 지나치거나 눈으로만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조현국 춘천소방서 방호구조과장
한편 연방정부의 국무회의에서는 같은 날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는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른바 업스커팅(Upskirting)이라고 해 여성이 입은 드레스나 치마, 블라우스의 아래를 촬영하거나 목선 아래의 신체를 촬영할 경우 지금까지는 경범죄로 처벌이 됐다.

신체접촉이 있거나 불쾌감을 주거나 모욕을 하는 경우는 형사처벌이 가능했지만 요건이 모호한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연방의회 결정에는 두 명의 여성이 올린 청원이 많은 영향을 줬다. 한나 자이델과 이다 마리에라는 두 젊은 여성은 개인의 신체를 몰래 촬영해 포르노 사이트나 온라인 플랫폼에 게재되는 행위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으며 여기서 피해자나 가해자가 남녀의 구분이 없다고 했다.

이러한 업스커팅 행위에 대해 처벌이 필요하다고 청원을 한 것이다. 이에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서명이 있었고 이후 수많은 관련 피해자들이 연방법무장관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연방정부가 결국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1월15일
조현국 춘천소방서 방호구조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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