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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건축물 ‘피난용 승강기’ 개선돼야 한다

기사승인 2020.04.13  1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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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소방안전원 김선규 대전충남지부장

   
▲ 한국소방안전원 김선규 대전충남지부장
2018년 1월 경남 밀양의 한 병원 화재에서 2층에 입원해 있던 6명의 환자가 승강기로 대피하려다가 참변을 당했다. 또 2011년 4월 경기도 김포의 한 아파트와 2001년 3월 서울 모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승강기를 이용하다 피난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화재가 발생하거나 지진이 발생하는 등 비상상황에서 승강기를 이용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승강기 이용을 금지하는 이유는 승강로를 통해 불길과 유독가스가 상승 기류를 타고 건물 위로 올라가고, 승강기가 정전으로 가동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재 및 지진 등 재난이 발생해도 사용될 수 있게 제작된 피난용 승강기도 있다.

승강기는 건축법령에 따라 승용, 비상용, 피난용 승강기 3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비상용 승강기는 화재 등 재난 시 피난 및 구조 활동과 소화활동을 위해 소방용 사다리차가 진입할 수 없는 높이의 건축물에 설치되는 승강기로 높이 31m를 초과하는 건축물에 승용 승강기와 별도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피난용 승강기는 평상 시 승객용으로 이용하다가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피난활동에 사용될 수 있도록 제작된 승강기로 내화, 배연 등 기준이 강화된 승강기이다.

피난용 승강기는 30층 또는 120m 이상의 고층건물에 설치되며, 비상용 승강기와 같이 승용 승강기와 별도로 추가돼 설치되는 것이 아니라 승용 승강기 중에서 피난성능이 갖춰진 승강기를 1대 이상 피난용 승강기의 설치기준에 적합하게 설치하는 것이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 설치된 승강기 71만8795대 중 149대가 피난용 승강기로 전체의 약 0.02%에 불과하다. 2010년 10월 부산의 모 주상복합건축물 화재를 계기로 피난용 승강기 설치가 2012년 1월6일부로 건축법령에 규정돼 의무화됐으나 아직은 설치 대수가 미미한 수준이다. 또 화재사고를 계기로 급하게 관련 법령을 제정하면서 피난용 승강기 제도상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문제점으로는 첫째, 피난용 승강기의 설치를 30층 이상의 고층건축물에는 1대 이상만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피난효율을 기대하기 어렵다. 피난용 승강기는 고층건축물의 대피 인원과 대피시간을 분석해 피난용 승강기 대수를 산정하도록 해야 한다. 또 양방향 피난의 가능성을 염려해 최소 2대 이상을 설치해야 한다.

둘째, 피난용 승강기 승강장의 면적은 6㎡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장애인 등 피난 약자의 사용대상과 인원 등이 고려되지 않고 최소 면적기준만 갖춘 채 설계·시공되고 있다. 6㎡는 비상용 승강기의 승강장 면적기준과 동일한 데, 이는 소방관이 화재현장에 출입하기 전 최종적으로 임무, 장비 등을 준비하기 위한 최소 공간이다. 피난용 승강기 승강장은 사용자의 대상과 인원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면적기준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

셋째, 피난용 승강기의 운행방식은 각 층의 내부와 연결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어 전층 운행에 따른 피난 지체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대기하는 시간 중에 피난자가 공포감을 갖게 돼 패닉현상에 빠져들 수 있다.

또 대기를 포기해 다른 경로를 통한 피난방법을 선택해 피난시간이 늘어 날 수 있다. 피난용 승강기는 탑승인원의 중량기준을 적용해 기준 초과 시 피난용 승강기가 중간에 멈추지 않거나 만원(滿員)임을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해 피난자가 다른 피난수단을 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피난 약자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 층에만 운행되도록 하거나 피난용 승강기 내부 및 승강장의 CCTV를 통해 선택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관제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화재로부터 파생되는 여러 가지 다양성에 의해 피난용 승강기가 화재로부터 완전히 보호해 줄 수 없다고 판단한다. 또 고층건축물의 대다수의 거주자들은 여전히 화재 상황에 절대 승강기를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피난용 승강기의 원활한 사용을 위해서는 고층건축물에 표준화된 운영 메뉴얼이 필요하며, 매뉴얼에 따라 비상 상황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피난용 승강기 활용에 대한 거주자의 교육과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디자인 측면에서는 불리할 수 있으나 비상용 승강기임을 알 수 있도록 크고 시각적이며 규격화된 표지를 설치해야 한다고 사료된다. 교토삼굴(狡免三窟)이란 말이 있다. 교활한 토끼의 세 개 굴이라는 뜻으로, 토끼가 위험한 고비를 피하려 구멍 세 개를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데, 자신의 안전을 위해 미리 몇 가지의 계책을 짜 놓음을 이르는 말이다.

고층건축물에 거주하는 사람은 피난용 승강기를 사용할 수 없을 때 실패의 위험이 없는 아주 안전하고 완전한 만전책(萬全策)을 세워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바란다.

2020년 4월13일
한국소방안전원 김선규 대전충남지부장

윤성규 기자 sky@safetoday.kr

<저작권자 © 세이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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