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차기 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하는 행사가 파리에서 있었다. 프랑스 파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본부가 있는 곳으로 차기 올림픽 개최지이기도 하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900년으로 가보면 파리에서는 제2회 하계올림픽과 만국박람회가 동시에 개최된 적이 있다.

그림1. 화재진압경기용 가건물과 구경꾼(출처 이베이)
그림1. 화재진압경기용 가건물과 구경꾼(출처 이베이)

당시 만국박람회는 자체 행사의 일환으로 여러 경연 이벤트가 열었는데, 여기에는 낚시, 비둘기 사격, 연날리기, 대포 쏘기 등과 함께 소방대원들의 화재진압 전술 종목도 있었다. 

화재진압기술 경연은 오늘날까지 소방을 주제로 국내외 여러 대회에서 주된 종목으로 실시되는 것이지만 이때 화재진압전술 경연대회는 아주 특별했다.

그림2. 화재진압경기 참가 소방관들(출처 이베이)
그림2. 화재진압경기 참가 소방관들(출처 이베이)

◆ 화재진압전술 경연대회 = 보통 오늘날 실시되는 대회에서 화재진압전술 경연이라고 하면 호스를 전개해서 물을 뿌리는 정도에 그칠 뿐 실제로 불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1900년 당시 행사에서는 실제로 불을 붙인 건물에서 실시했다고 한다.

이 경기에 참가한 나라는 총 6개 국가로 의용소방대 4개 팀, 관설 소방대 2개 팀이었다. 경기는 넓은 들판에 6층 규모 가건물을 세워놓고 진행됐는데, 3층에 불을 질러 불이 번지기 전에 빨리 진압하고 6층에서 마네킹 구조작업을 누가 빨리 마무리하는가를 겨루는 경기였다고 한다.

그림3. 1900 파리박람회 화재진압전술 경연대회 우승 메달 – 출처 cgb.fr
그림3. 1900 파리박람회 화재진압전술 경연대회 우승 메달 – 출처 cgb.fr

이 경연대회 실시 현장에는 구경꾼들도 많이 몰렸다. 보통 오늘날 소방전술경연대회에 찾아온 관람객들은 화재진압기술을 겨루는 소방대원들에게서 높은 수준의 기술을 보려고 하지만 이때 몰려든 구경꾼들이 큰 기대감으로 보고자 했던 것은 지금과는 아주 달랐다. 

훨훨 타오르는 6층 구조물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과 구조작업하는 것이 아찔한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아무리 실제 출동하는 화재현장이 아닌 경연을 위한 행사장이라고 해도 당시 보호장비가 미흡했던 소방대원들에게 생명에 위협받을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경기였다.

그런데 오히려 더 그런 위험한 이벤트였기 때문에 박람회 주최측에서 볼 때 행사의 볼거리로서 높은 가치가 있었고 그런 위험천만한 상황을 더 생생하게 구경할 수 있도록 일부러 구조물을 개방형으로 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각 소방대는 자존심을 걸고 열심히 경연을 펼쳤는데, 대회 결과 관설 소방 분야에서는 미국 소방대가, 의용소방대 분야에서는 포르투갈 소방대가 우승했다고 한다.

그림 1900년 파리박람회에 화재진압전술 대회 포스터(출처 netpompiers)
그림 1900년 파리박람회에 화재진압전술 대회 포스터(출처 netpompiers)

◆ 소방전기차 = 이 파리박람회 화재진압전술 경연대회를 알리는 포스터에는 흥미로운 그림이 들어 있었다. 바로 말이 끌지 않는 소방차이다. 그럼 이 소방차는 디젤 소방차일까? 아니다. 전기소방차이다.

조현국 화천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조현국 화천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전기자동차 역사는 오래돼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먼저 개발됐다. 1899년 파리 소방대에서는 말이 끌던 소방차를 대신해 축전지의 전기로 달릴 수 있는 전기소방차를 최초로 배치했고 1900년 파리박람회에 전기소방차를 전시했다.

비록 속도는 시속 15~20킬로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4~5시간을 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전기동력으로 달리는 소방차가 이전에 사용했던 말이 끄는 방식보다 느렸을 수도 있지만, 파리소방에 있어서는 큰 발전을 가져다 줬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소방서에서 250마리나 되는 말을 유지관리해야 했던 부담과 비효율적인 부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2023년 11월30일

조현국 화천소방서 소방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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