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의 소방대나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자체 소방대를 제외하면 공적 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방대원들은 일반적으로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프랑스 소방에는 이러한 신분 경계가 허물어지는 특이한 형태의 소방대원들이 있다. 

평소에는 의용소방대원이지만 일정 기간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는 기간제 소방대원들이 그것이다. 이들이 특정 계절에 고용되는 기간제 소방공무원이라고 하여 계절(근로)소방관(sapeur pompiers saisonniers)이라고 부른다.

사진 1. 프랑스 관광지에 문을 연 계절안전센터와 계절소방관들(출처 : sdis74)
사진 1. 프랑스 관광지에 문을 연 계절안전센터와 계절소방관들(출처 : sdis74)

1. 계절 소방관의 개념

프랑스의 각 광역자치단체별 소방본부(SDIS)에서는 지난해 모집한 겨울철 계절소방관들이 12월부터 현장에 배치되어 올해 3월이나 4월까지 활약할 예정이다. 도대체 계절소방관은 왜 필요할까?

프랑스에서는 겨울철에 스키와 등산, 산악자전거 등을 즐기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산간마을로 몰려들어 보통 지역 거주민의 3~4배, 많게는 10배가 넘는 외지인들의 유입이 생긴다. 예를 들자면, 주민이 1300여명에 불과한 Huez라는 마을은 스키 시즌에 많은 외지인이 들어와서 지역 인구가 3만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지역의 리조트와 숙박시설에는 손님들로 가득 차고 스키장이나 산악지역에는 레저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넘쳐나면서 화재와 각종 사고로 인해 소방수요도 급격하게 증가하여 기존의 지역소방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더군다나 이러한 관광지가 기존 소방청사로부터 원거리에 있고 겨울철에는 도로의 출동 여건도 좋지 않기 때문에 현장대응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이렇게 일시적으로 소방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원거리 지역에 배치하여 자체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의용소방대원들을 계절소방관으로 고용하여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 2. 지역 소방본부의 계절소방관 모집공고 포스터(출처 : sdis 06)
사진 2. 지역 소방본부의 계절소방관 모집공고 포스터(출처 : sdis 06)

2. 계절별 채용

(1) 여름철

우리나라 소방에서는 여름철에 해안과 내수면의 수난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민간인들로 구성된 시민수상구조대를 배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소방에서도 마찬가지로 여름철에 해안지역에 많은 피서객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수난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관련 자격을 보유한 의용소방대원들을 채용하고 있다. 이들은 보통 7월~8월까지 근무하게 된다.

더운 여름철이라서 피서객들의 물놀이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계절소방관들의 채용이 많긴 하지만, 물놀이 사고가 없는 내륙 지역에서도 여름철에 많은 계절소방관들을 채용하는데 그 이유는 산악사고 구조활동과 산불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사진 3. 모르비앙 소방에서 운영하는 해변 계절구조대(출처 : 모르비앙 소방)
사진 3. 모르비앙 소방에서 운영하는 해변 계절구조대(출처 : 모르비앙 소방)

프랑스의 남쪽지방은 여름철이 고온건조하기 때문에 대형산불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보통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수주일에 걸친 산불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산불에 대비하기 위한 소방력의 증원이 필요하여 계절소방관들을 채용하고 있다. 이들의 근무기간은 보통 6월에서 9월 사이다.

사진 4. 설상구조하는 계절소방관들(출처 : sdis64)
사진 4. 설상구조하는 계절소방관들(출처 : sdis64)

아직 한참이 남았지만 연초부터 각 소방본부별로 여름철 계절소방관 모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자격을 보유한 대원들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 5. 스키장에서 구조활동을 펼치는 계절소방관들(출처 : pompiers14)
사진 5. 스키장에서 구조활동을 펼치는 계절소방관들(출처 : pompiers14)

(2) 겨울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참 부러운 얘기지만, 겨울철이 되면 프랑스에는 관광객들로 인해 몇 개월 동안 지역 인구가 몇 배로 증가하는 관광지들이 많다고 한다. 이들 지역에 계절적으로 폭증하는 소방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계절소방관들이 배치된다. 이들의 임무는 설상구조, 산악구조 외에도 화재진압과 응급처치 및 이송까지 다양하고 계절적으로만 운영되는 임시 소방청사에서 배치된다.

계절안전센터에 배치된 계절소방관들은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활동 외에도 위험요소를 점검하고 특히 출동하는 차량에 물이 실리지 않거나 소량만 실린 경우가 대부분이라 건물에서 보유하고 있는 수자원을 유사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소방용수시설로 관리하고 있다.

3. 계절소방관의 처우

소방본부별, 그리고 계절별로 모집조건이 조금씩 다르다. 근무기간은 운영기간 전체를 조건으로 모집하는 경우가 많지만 모집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운영기간 중 최소 1개월 이상으로 하여 기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경우가 있다. 기간 중 근무지 인근에서 휴무일에 사용할 수 있는 숙소와 식당의 이용권도 제공받는다. 근무복도 제공된다.

근무기간에는 대체로 소방서에 근무하는 상근 소방공무원들과 동일한 수준의 계급별 수당을 받는다. 참고로, 소방공무원의 계급이 의용소방대원과 다른 체계를 갖고 있는 인접 유럽 국가들과 달리, 프랑스 소방은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의 계급체계가 동일하다. 

또한, 수당 외에도 상여금도 근무기간만큼 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계절소방관은 근무하는 기간 상근 소방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고 보면 될 것이다.

사진 6. 호텔 대형화재현장에 출동한 계절소방관들과 차량(출처 : ledauphine)
사진 6. 호텔 대형화재현장에 출동한 계절소방관들과 차량(출처 : ledauphine)

4. 계절소방관 근무 선호도

한 소방본부에서 계절소방관으로 일했던 의용소방대원들이 다음 해에도 같은 소방본부에 계절소방관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장소를 옮겨 다른 소방본부의 계절소방관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렇게 근무지를 옮기는 이유는 의용소방대원들이 다른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자 하는 이유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당을 제시하는 소방본부가 있기 때문이다. 소방본부에서는 계절소방관 경험이 있는 경력자를 유인하려는 목적으로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당을 제시하기도 한다.

여하튼 어느 경우이든 계절소방관으로 일했던 의용소방대원들은 다음 해에도 계절소방관으로 활동하고 싶어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무엇보다도 계절소방관으로 근무하면서 소방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것이 향후 소방공무원 채용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근무하는 곳이 대부분 관광지이기 때문에 휴무일에 지역 호텔에 숙박하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유명관광지에서 휴양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사진 7. 계절안전센터에서 장비점검 중인 계절소방관들(출처 : sdis38)
사진 7. 계절안전센터에서 장비점검 중인 계절소방관들(출처 : sdis38)

5. 채용조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각 소방본부에서는 원칙적으로 의용소방대원들을 대상으로 계절소방관을 모집하고 있다. 관할 소방본부 소속의 의용소방대원들도 지원하겠지만 타지역의 의용소방대원들이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계절소방관이라는 것 자체가 일정 기간 소방서 소속의 소방공무원처럼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화재진압, 인명구조, 소방장비에 대한 기본 지식과 수행능력이 필요하기도 하고 현장에서 지휘계통을 통해 전술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계급적인 체계도 필요하다. 상당히 위험하고 난이도가 있는 소방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검증된 소방대원인지 증명할 필요도 있다.

그래서 채용공고에는 부사관 이하 3개 계급에 해당하는 대원들을 대상으로 화재진압전술 1단계와 2단계 교육훈련을 이수한 상태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인명구조활동에서는 별도의 자격을 요구하고 운전면허와 건강검진결과, 그리고 소속 의용소방대 대장의 허가 등 여러 조건과 증명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18세 이상의 성인으로 소방공무원과 동일한 연령조건이지만 근무 특성상 젊은 대원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 8. 환자를 이송하는 계절소방관들(출처 : sdis38)
사진 8. 환자를 이송하는 계절소방관들(출처 : sdis38)

6. 해외로도 나가는 계절소방관

프랑스의 계절소방관들은 프랑스 국내에서만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 여러 프랑스령 국가가 있는데, 이들 나라도 소방조직의 운영에 있어서는 프랑스 본토 소방과 동일한 시스템으로 하고 있다. 지중해에 있는 코르시카나 마다가스카르 옆에 있는 레위니옹도 마찬가지다.

이들 나라에서도 수난사고나 산불처럼 계절적으로 소방수요가 폭증하는 시기에 계절소방관을 모집하고 있다. 그런데 프랑스 본토의 의용소방대원들은 이 섬나라의 계절소방관에 지원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일례로 레위니옹 섬의 경우, 산불빈도나 규모에 비해 대응할 수 있는 소방대원의 수가 적은 문제로 계절소방관을 모집하고 있는데, 프랑스 본토에서 수십 명의 의용소방대원들이 계절소방관으로 들어온다.

이들에게는 수당 외에도 비행기 요금, 숙박, 레스토랑 이용권 지급이라는 혜택이 주어진다. 게다가 체류기간 중 렌트차량과 연료비까지 지원된다고 한다. 이로 인해 섬 원주민 계절소방관들은 상대적인 차별이 심하다며 불평을 쏟아내고 있지만, 섬주민만으로 계절소방관을 충당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진 9. 레위니옹의 산불진화 활동(출처 : clicanoo)
사진 9. 레위니옹의 산불진화 활동(출처 : clicanoo)

7. 다른 나라의 계절소방관

이처럼 특정 계절에 몇 개월간 일할 소방대원을 계약근로자로 채용하는 사례는 프랑스와 프랑스령 국가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와 같이 여름철 고온건조 기후로 산불이 빈발하는 그리스와 몰도바도 계절소방관을 운용하는 대표적인 국가이다.

지난해 그리스에서는 계절소방관 문제로 대단히 시끄러웠다. 그리스의 계절소방관은 5월에서 10월까지 몇 개월간 수당을 받고 근무를 하게 된다. 나머지 기간에는 실업상태가 된다.

그래도 최소 5년이나 7년 정도 이렇게 계절소방관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으면 괜찮겠지만, 정부가 향후 이를 보장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소방공무원들도 불만을 제기했다. 지속적으로 산불진화에 투입된 경험이 있는 계절소방관이 있어야 도움이 되지, 매번 새로운 사람이 계절소방관을 하면 불을 제대로 끌 수 없다는 것이다.

많은 계절소방관들이 거리에 나와 시위를 했고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논쟁이 있었다. 소방공무원들도 파업으로 인해 계절소방관 모집이 안 된다면 여름휴가도 가지 못하고 힘겨운 산불진화작업에 시달려야 한다며 문제해결을 요구했다, 올해 초 7년간의 계절근로를 보장하는 계절소방관 채용공고가 난 것을 보면 어느 정도 계절소방관 문제가 정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의 계절소방관은 프랑스와는 차이가 많다. 채용 시 의용소방대원에게 일부 가점을 주지만 일정 조건을 갖춘 성인이면 의용소방대원이 아니더라도 계절소방관으로 채용되어 산불진화에 투입될 수 있다. 또한 40세 이하여야 한다는 연령조건이 있는데, 이것은 계절근무 경력자들을 제외시킨다는 점에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진 10. 수년간의 근로보장을 요구하는 그리스 계절소방관 시위(출처 : sportime)
사진 10. 수년간의 근로보장을 요구하는 그리스 계절소방관 시위(출처 : sportime)

8. 프랑스의 의용소방대 제도

지금까지 설명한 바와 같이 프랑스는 여름과 겨울철(일부 프랑스령 국가는 봄철)에 기존 소방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가하는 수난사고, 산악사고, 설상사고, 산불 등에 대비하기 위해 의용소방대원을 한시 채용하여 현장에 근접배치하고, 정규 소방공무원과 동일한 수준의 처우와 임무부여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관광수요가 많은 지역의 소방본부는 1년에 한두 달을 빼고 거의 10개월간 계절소방관들을 채용하여 근무시키고 있는 것이다. 규모도 적지 않고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소방활동도 적지 않다. 그래서 정규 소방공무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의용소방대원으로만 보기도 힘든, 이 계절소방관을 소방대원의 또 다른 형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계절소방관은 2009년 개정된 법령에 의해 근거가 마련되면서 실시된 제도이다. 법령에서 계절소방관이라고 언급한 것은 아니었고 소방본부에서 필요시 임무수행을 위해 의용소방대원을 기간에 제한을 두어 고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이것이 계절소방관을 고용하는 근거가 되었다.

2023년도 CTIF 세계화재통계연보에 나와 있는 의용소방대원 수는 독일이 100만이고 프랑스가 20만이다. 1만 정도 더 많은 소방공무원 수를 감안하더라도 프랑스의 의용소방대원 규모는 상당히 작은 편이다. 

사진 11. 신규 의용소방대원 채용을 위한 체력시험(출처 : 이제르소방)
사진 11. 신규 의용소방대원 채용을 위한 체력시험(출처 : 이제르소방)

그러나 소방수요가 폭증하는 계절에 수개월을 도와주는 계절소방관들을 비롯해 필요 시 관설소방의 인력을 보강하는 시스템은 이를 만회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그에 맞는 역량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의용소방대 유지를 위해서 다수를 필요로 하는 독일과 달리 프랑스의 의용소방대원 채용시험은 상대적으로 많이 까다롭고 교육훈련 과정도 상당히 어려운 편이다.

2005년 나는 독일 소방관서 실습기간 중 인접국인 프랑스의 콜마르, 생루이, 뮐호즈를 관할하는 소방본부(SDIS 68)에서 1주일간의 실습을 하게 되었다. 이것은 나에게 더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주기 위해 당시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소방협회 부회장이 도와줘서 가능할 수 있었다.

당시 본부가 있는 콜마르에서는 상황실, 안전센터, 소방학교, 그리고 생루이의 안전센터에서도 많은 의용소방대원를 접하면서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생소하고도 놀라운 광경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프랑스의 의용소방대 운영시스템은 정말 독일과 많이 달랐다. 

조현국 화천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조현국 화천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실습을 마치고 독일로 와서 내가 경험을 얘기했을 때 이를 들은 독일 소방대원은 놀라면서 독일에서는 불가능한 얘기라고 할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프랑스 소방은 독특한 시스템과 여러 상대적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올해 여름은 예년에 비해 더 많은 계절소방관들이 모집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2024 파리올림픽이 여름에 개최될 예정이고 바로 이어서 가장 큰 세계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인 투르 드 프랑스 대회도 있을 예정이라 소방수요가 많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절소방관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인적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일선 소방관들의 큰 부담없이 대회를 안전하게 치르고, 이번 여름에 프랑스 찾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안전한 관광지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2024년 2월28일 

조현국 화천소방서 소방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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